12/18/2016

[스크랩] 다문화 2세가 뜬다

<다문화 2세가 뜬다> ① 교실에도 옆집에도..'폭풍증가'

입력 2016.12.19 07:36 수정 2016.12.19 09:08 
외국인 주민 자녀 20만 명 넘어서..10년 만에 8배 이상 '껑충'
초중고교생 10만명, '학교 밖 청소년'도 수만명.."사각지대 살펴야"
[연합뉴스TV 제공]
<※ 편집자 주 = 다문화가정 자녀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주민 1세대인 부모와 달리 한국에서 성장기를 보낸 '다문화 2세대'는 외국인 근로자, 국제결혼여성 등 이주민 부모 아래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남모를 성장통을 겪기도 합니다. 사회적인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2세의 상당수는 어느덧 성년이 돼 속속 대학으로, 군대로, 직장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올 한해를 돌아보며 다문화 2세대의 현주소와 바람직한 미래를 짚어보는 기획기사 4꼭지를 마련했습니다. 다문화 사회의 화두인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외국인 이주민이 급증하면서 이들 가정의 자녀(만 18세 이하)도 20만 명을 넘어섰다.
우리 주변에 사는 전체 외국인 주민 중 10%를 웃도는 수치다. 통계를 보면 이들 2세대 10명 중 9명은 한국 국적이고 가장 큰 고민거리로 학교 성적을 꼽는 '평범한' 이웃집 학생이다.
그러나 이들을 향한 주변의 시선은 그다지 '평범'하지 않다. 외모와 배경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대우를 겪는 경우가 잦다는 얘기다.
그동안 다문화 2세대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고 많은 2세들이 당당한 사회인으로 성장했지만, 이들 앞에 놓인 진학과 취업의 장벽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불법체류자의 미등록 자녀, 학교 밖을 떠도는 중도입국 청소년 등 사각지대에 방치된 아이들을 사회안전망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격적인 다문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이들의 존재감이 날로 커질 것이 명확한 만큼 선제적인 통합 조치로 사회 불안요소를 미연에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 초등생 이하 90%…청년층 2만4천명 사회 진출 본격화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의 미성년 자녀는 2015년 11월 기준으로 19만7천550명이다.
이는 2006년 2만5천246명과 비교해 9년 만에 7.8배 늘어난 것이다. 최근의 연간 증가 폭이 평균 1만3천여 명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20만명을 훌쩍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령대는 만 6세 이하가 58.8%, 만7∼12세 31.2%, 만13∼18세 10% 등이다.
이처럼 미성년 자녀 10명 중 9명이 초등학생 이하인 것은 2000년대 중반에 국제결혼 가정이 급증하면서 '다문화 베이비붐'을 이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체 혼인 중 국제결혼의 비중은 2005년 13.5%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14년 7.6%, 2015년 7%에 머물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식[연합뉴스 자료사진]
성인 연령대로 진입하는 다문화 2세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주로 1990년대 동남아 여성과 한국 농어촌 남성의 국제결혼이 본격화하면서 태어난 자녀들이다.
여성가족부의 '2015 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가족 청소년(9∼24세) 8만2천476명 가운데 청년층(18∼24세)의 비중이 28.5%(2만3천500여명)에 달했다.
이들은 대학생, 군인, 직장인 등의 새로운 이름표를 달고 속속 사회의 일원으로 첫발을 딛고 있다.
주변에서는 이들이 외국인 부모를 통해 접한 이중언어 능력과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국제화 시대를 선도를 미래형 인재가 될 것이란 기대를 표시한다.
◇ 10명 중 9명 한국 국적…교실에도 다문화 현상
여가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다문화 청소년의 꿈과 고민은 내국인 청소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절반가량(52.3%)이 4년제 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대학원 진학을 바라는 비율도 11.5%에 달했다.
다문화 청소년이 꼽은 고민거리도 공부(38.7%), 진학·진로(31%), 직업(27.1%), 외모(15.7%), 용돈 부족(13.2%) 등으로 통상적인 사춘기와 증상과 차이가 없다. 고민이 없다는 답도 24.2%에 달했다.
한국 국적자의 비율은 90%에 달하고, 비국적자 중에서도 61.2%는 향후 국적 취득 의사를 밝혔다. 스스로 '한국어를 잘한다'고 답한 비율은 90%에 육박했다.
다문화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정체성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각종 제도적인 뒷받침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다문화 정책이 도입된지 10년이 지나 전환점을 맞은데다 이 기간 다문화 자녀가 8배로 증가했다는 점에서 관련 정책의 전반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다문화 2세가 공교육의 틀에서 학업을 이어가도록 하는 교육정책을 중시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올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은 9만9천186명으로 10만 명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저출산 여파로 전체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점을 고려하면 교실 안 다문화 학생의 비율은 2014년 1.07%, 2015년 1.35%, 2016년 1.68%에 이어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교육부는 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학교 밖 떠도는 청소년들…"사각지대 살펴야"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많이 개선됐지만 다문화 청소년이 직면한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부모가 외국인이고 생긴 것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어릴 때부터 주변의 냉대와 차별에 시달리다가 사춘기에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여가부 조사에서 다문화 청소년이 느끼는 자긍심은 5점 기준에 평균 3.38점으로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정규 교육을 받지 않는 '교실 밖 청소년'도 15.5%에 달했다. 이들은 아르바이트(34.1%), 취업 준비(25.2%) 등으로 시간을 때운다.
특히 학교에도 다니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 이른바 '니트족'도 18%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통계에 아예 잡히지도 않는 사각지대의 아이들이다. 부모가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자녀의 출생등록을 하지 않은 '미등록 이주 아동'이 무려 1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외국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중도입국 청소년도 어림잡아 3만2천여 명으로 추산되지만 정확한 통계는 없다.
이들은 언어와 문화가 생소한 한국에서 곧바로 사춘기를 겪게 된다는 점에서 이중고를 겪는다.
비자 문제로 체류가 불안정한 청소년도 많다.
고려인 지원단체인 '너머' 관계자는 "미성년 방문동거 비자로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고려인 자녀들은 성년이 되는 만 19세부터는 대학교 입학 등의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체류 자격이 연장되지 않는다"면서 "강제 출국을 걱정하며 불안에 떠는 자녀들이 적지 않은 만큼 이주민의 처지를 반영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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